외국인이 한국 사람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두 번 놀란다고 한다. 한 번은 깨끗하게 씻어서 지은 밥을 국에 다시 씻어 먹는 청결함에 놀라고, 두 번째는 밥을 씻고 난 국물을 모두 마셔버려서 다시 한번 놀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인가 식사 때 국을 먹으면 소화도 잘 되지 않고 위장병이 생긴다고 난리다. 밥을 국이나 물에 말아서 먹으면 덜 씹게 돼 침 속 소화효소가 덜 분비되고, 위에 들어간 많은 양의 수분이 펩신 같은 소화액을 희석해 소화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소장은 알카리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위장의 위산이 물과 함께 너무 빨리 소장으로 내려가 소장의 알카리성을 희석해 탄수화물의 흡수가 잘 안된다는 얘기도 한다.
우리는 속이 불편하거나 입맛이 없으면 죽을 먹는다. 죽은 한 번 걸쭉하게 끓여서 소화가 잘 되는 것이라고 하면, 우리가 즐겨 먹는 국수나 냉면은 또 어떤가. 국물까지 마시는 경우도 많은데, 소화가 잘 안돼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역시 소화액을 희석하는 수분량의 문제라면, 수분이 많은 수박은 소화가 잘 안되고 뻑뻑하게 물 없이 찐 고구마는 소화가 더 잘 돼야 한다.
물은 일종의 소화제로도 작용한다. 그리고 음식물이 소화가 잘 되도록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구강건조증이 있을 때는 식사할 때 물이나 국을 함께 먹는 것도 좋고, 위산과다증일 때에도 물을 마셔서 위산을 희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물은 영양분을 분해하기 위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가수분해의 기폭제 역할도 한다. 위하수나 위무력증, 장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는 장명, 평소에 손발이 차고 위장이 약한 경우가 아니라면, 식사 때 물과 국의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한의학에서 보는 위장은 습기를 좋아하고 건조함을 싫어하는 장기다. 위장에 습기(음기)가 부족해 건조해지면, 입이 마르고 배는 고픈데 먹고 싶지가 않아진다. 그리고 쉽게 배가 고파진다. 그래서 옛날에는 입맛이 없을 때 입이 까칠하다고 하면서 물에 밥을 말아 먹고는 했다. 더불어 수분과 함께 섭취가 되니 포만감도 생긴다. 위가 습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위는 촉촉해야 한다는 뜻으로, 여기에는 펩신과 같은 소화액뿐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물도 포함된다.
가장 좋은 식사법은 입에도 좋고 속도 편한 것이다. 그리고 즐겁게 먹고 마시면 되는 것이다. 소화액이 걱정된다면 물과 함께라도 여러번 씹어서 삼키면 된다. 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한 줄의 지식으로 너무 불편하지 않았으면 한다.